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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시의 또 하나의 허무한 관조 - 데드맨(dead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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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중반, 전화 모뎀의 파란색 화면을 통하여 천리안과 하이텔을 하던 그 때... 

 

짐 자무시 감독의 '천국보다 낯선'이라는 너무나 멋진 흑백 영화 포스터 한장을 다운 받을려고,

 

20분 이상 플로피디스크의 데이터 긁히는 소리를 꼼짝없이 들어야만 했던 그 때... 

 

 

 

 

짐 자무시의 또다른 멋진 영화 한편이 있었다.

 

 

 

조니뎁 주연의 '데드맨(dead man)'

 

 영화의 내용은 당시 짐 자무시의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도 탈복잡성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 서부로 떠나는 윌리엄 블레이크는, 직장을 찾지도 못하고 총알이 몸에 박히는 불운의 살인범이 되어 천천히 죽어간다는 아주 간단한 줄거리의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의 진짜 묘미는 그런 단순성의 이면에 철저히 숨어있는 상징적 묘사와 철학적 메세지이다.

 

'천국보다 낯선'의 주인공들처럼 윌리엄 블레이크 또한 그저 힘없고 나약한 정말 별볼일 없는 인물이다.

 

그가 새로운 직장을 얻고자 간 곳 '머쉰타운'은 결국 아메리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어쩌면 주인공은 제목처럼, 그곳에서 이미 '죽은 인간'이다.

 

흑백영화만이 안겨다 줄 수 있는 쏠쏠한 재미를 짐 자무시는 잘도 아는것 같다.

 

먹구름 잔뜩 낀 흐린하늘풍의 그레이톤 영상으로, 그는 아메리카라는 페이소스 범벅인 천국을 여기서도 보여주고 있다.

 

베니와 준에서, 마임하는 유쾌한 조니뎁이라는 배우에 실컷 매료되었던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드디어 그의 팬이길 자처하게 된다.

 

물론 상업성과 오락성의 호화찬란한 해적옷을 입은 그를 보기전까지...

 

 

영화속에서 인디언 노바디는 믿고 있다.

윌리엄 블레이크가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환생한 몸이라고...

 

이제 나도 그 인디언처럼 믿고 싶다.

90년대, 일면 컬트적이고 실험적인 영화에 나왔던 조니뎁으로 조니뎁이 다시 환생해주기를...

 

그리고,

 

'한 알의 모래속에서 세계를 보며

한송이 들꽃에게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한 순간 속에 영원하라'

 

                 - 윌리엄 블레이크의 "순수의 전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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